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http://dishdev.me/

NHN 사람들이랑 만날 일이 있어서 분당까지 갔다오느라 저녁을 못 먹었다.

그래서 운동하고 집에 오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러서 떡볶이를 먹었다.

△ 야심한 시간에 위꼴사 투척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 있는, 젊은 아주머니가 하는 곳이다.

말 많고 인상이 좋으신 분이라 단골이 꽤 있는 듯.

손님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난 거기 들를 때면 보통 피곤한 상태의 몸을 이끌고 집에 가는 길이기 때문에

항상 "저에겐 말 걸지 말아주세요. 혼자 있고 싶습니다, 모두 나가주세요."의 포스를

열심히 발산하고 있는데 눈치도 좋으신지 나한텐 말을 잘 안 걸더라 ㅋㅋ

돈을 거슬러 줄 때 항상 만 배로 얘기하신다.

흔히 볼 수 있는 말장난인데 꾸준히 밀고 계신 듯.

500원 남겨주면서 "여기 오백만원요~" 이러고

"떡볶이 얼마에요?"하고 물어보면 "이천오백만원입니다." 이런다.

만원 넘어가면 어떻게 얘기할지 궁금했었는데 (그냥 뒤에 ~만원을 붙이면 만만원이 되니...)

만 단위에 대해선 "억"으로 하시더라.

언젠가 한 번 순대랑 떡볶이 잔뜩 사가는 손님이 "일억삼천만원"을 내는 모습을 봤다.

아 잡설이 왜케 길어 (...)

원래 쓰려고 했던 것도 잡생각이긴 하지만-_-;

떡볶이를 먹으면서 심심하니까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포장마차에서 파는 음식의 종류가 눈에 띄었다.

떡볶이, 순대, 튀김, 오뎅

일반적인 분식 포장마차의 메뉴인데 난 보통 떡볶이를 먹고 딴 건 잘 안 먹는다.

근데 그래도 내 앞엔 오뎅 국물이 놓여져 있었다.

귀찮아서 보통 잘 안 떠먹는데 여긴 아주머니가 떠주셔서 그냥 먹는다.

날씨가 아직 추워서리 국물이 따뜻해서 좋더라.

그러고보니 뭘 먹더라도 오뎅 국물은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 같았다.

오뎅을 먹지 않더라도 떡볶이를 먹는 사람에게도, 순대를 먹는 사람에게도, 튀김을 먹는 사람에게도

오뎅 국물은 꽤 괜찮은 아이템인 것이다.

오뎅을 조리하다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부산물이니 판매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흐음.

분식 포장마차에서 파는 먹거리들 사이에 이런 시너지가 있었던 것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우리과 행정실 직원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1人이 오더니

튀김을 시켰다.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혼자 있고 싶습니다, 모두 나가주세요." 모드라서

그냥 가만히 보기만 했다.

이거, 이거 주시고요, 하고 잠시 멈추더니

맘에 드는 튀김 종류가 그렇게 두 종류 밖에 없는지 두 개는 안 파냐고 묻더라.

세 개 단위로 판다고 대답이 돌아왔다.

별 투덜거리는 기색 없이 그럼 김말이 튀김을 두 개 달라고 하더라.

튀김은 곧 나왔고 간장을 찍어서 좀 먹더니 뭔가 부족한 느낌인 것 같다.

튀김 그릇을 들더니 떡볶이 국물을 좀 덜어달라고 하더라.

튀김을 떡볶이 양념에 찍어먹으려는 듯.

그러고보니 이전에 온 손님도 순대, 튀김 세트를 시키면서

튀김은 떡볶이 국물을 섞어달라고 얘기했었다.

오호? 이것도 있었다.

튀김에 간장도 괜찮지만 튀김의 느끼한 맛을 없애는데는 매콤한 떡볶이 양념이 제격인 것이다.

나도 튀김과 떡볶이를 같이 먹을 때 몇 번 튀김을 떡볶이 양념에 찍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오뎅 국물 경우와 마찬가지로 꼭 떡볶이를 먹지 않더라도 누릴 수 있는 보너스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또 잉여 자원이다보니 공짜로 줄만하다.

길거리에서 팔 수 있는 먹거리 종류는 엄청나게 많을 건데

하필 특정 음식들의 조합이 생긴 건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건 무수한 노점상들의 경험으로부터 조금씩 누적되어 온 일종의 노하우?

처음 떡볶이, 튀김, 오뎅을 한꺼번에 팔기 시작한 사람은 특허권 같은 걸 받을만 하지 않을까나.

  1. 양파양파 2010.03.17 Modify Delete Reply # 그리고 구사라믄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되게찌...

    서울 놀러가고싶긔
    Dish 2010.03.17 Modify Delete # 놀러오면 떡볶이 사줌 ㅋㅋ
  2. rakhazel 2010.03.17 Modify Delete Reply # ...이놈 진정 오뎅국물이랑 떡볶이국물튀김을 처음 먹어본건가;;;;
    헨타이야메떼 2010.03.17 Modify Delete # 이녀석 입이 꽤나 고급입니당
    Dish 2010.03.17 Modify Delete # 당근 예전에도 먹어보기야 했지 -_-;; !!
    rakhazel 2010.03.18 Modify Delete # 나도 당근 먹어봤다 임마!.. 가 아니라 그럼 이 포스팅은 뭐지..
    Dish 2010.03.25 Modify Delete # 이런 잡생각을 하게 된 건 첨이었던 거지 ㅋㅋ
  3. 영탱탱볼 2010.03.20 Modify Delete Reply # 집앞 패션문화의 거리에 부산오뎅집 있는데 매운국물이랑 먹으면 진짜 천국 갔다오고 감동해서 엉엉 우는데

    또가고싶군요 하지만 걸어가기엔 귀찮을정도로 멀어서[..
    Dish 2010.03.25 Modify Delete # ... 너무 매워서 우는 거 아냐?
  4. 오마이 2010.03.23 Modify Delete Reply # "파는 먹거리들 사이의 시너지"
    그런걸 음식궁합이라하나?
    흔히 볼 수 있는 '만 단위'로 돈 인플레시키는 말장난,
    서민들이 정치자금, 강부자들의 '억' 단위를 마, 우린 느그들 덕에 떡복이 순대를 '일억 삼천만원'어치 사먹는다고
    하는 자조하는 심리인가?
    튀김과 떡복이 국물과의 궁합은
    오마이가 이화여고 다닐때 이미 잇어서리 '특허' 내기는 어려울듯.
    당시 이화여고보다 쬐매 더 공부 잘하던 경기여고 애들이 이화를 무지 부러워한거,
    우린 쉬는시간에 후문으로 나가서 떡복이 국물 뿌려주는 튀김을 먹게해주는
    '자유, 사랑, 평화'를 교훈으로 하는 핵교였당.

    "저에겐 말 걸지 말아주세요. 혼자 있고 싶습니다, 모두 나가주세요."의 포스로 시작해서 ,
    떡복이 장수 나마 신나게 하는 그 젊은 아주머니에게,
    '참 좋습니다, 아줌마에게 지친 심신, 잠시나마 위로받고 갑니다' 는 뜻으로
    싱긋웃으며 '오늘 제가 먹은거 사천 오백만원이네요. 거스름돈 오백만원은 팁입니다' 해보렴.
    담에 오마이랑 같이 가보자.
    귤에 땅콩 넣어 먹어보니 맛있던데 . . .
    곳감에 호두 넣는거랑 뭔 상관이 있나?
    Dish 2010.03.25 Modify Delete # 그렇게 얘기하기엔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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