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아커의 뉴요커 되긔
| 미국, 사진, 후기 | 2010.01.03 |
한 이틀 지나니까 뉴욕의 거리는 금방 친숙해졌다!
뉴욕도 도시니까 후후.
가만히 서 있을 때 자세만 해도 어벙한 경계 모드에서
귀찮은 일상 속의 시크한 뉴요커로 변해있었다.
나한테 길 물어보는 일행이 셋이나 있었던 건
그 자세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_-
흑백황인 일행이 한 번씩 길을 물어보더라 ㅋㅋ
원래 한국에서도 길 묻기 좋은 만만한 인상이라 많이들 그랬는데
이게 글로벌하게도 통할 줄이야.
말도 잘 안 통하는 타지에 오긴 했지만
혼자 수퍼가서 뭐 사보기도 하고 음식점 가서 먹을 것도 먹어보고 하면서
달러만 있으면 여기 버려져도 먹고 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지만 사실 돈이 있으면 "버려졌다"는 표현을 못 쓸라나.
여튼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짱인 듯 (?)
여름의 뉴욕은 비가 많이 오더라.
5일 동안 있는데 3일 비를 본 듯.
비가 근데 스콜처럼 순식간에 우수수 오다가 딱 그치더라.
처음에 밖에 있는데 비가 와서
이럴 줄 알고 우산을 들고 나왔지 훗 하면서 우산을 펼쳤는데
비가 우산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와서 일단 보이는 아무 건물 안으로 피신했다.
쏟아지는 꼬라지를 보니 그닥 그칠 것 같진 않고 어쩌지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에잇 숙박 집도 그닥 안 먼데 뛰어서 들어가자! 하고 우산을 다시 펼치고 집으로 가는데...
달리면서 숨이 가빠지는 것에 따라 비가 더 많이 오는 것 같다-_-
바람은 어찌나 센지 빗줄기가 거의 수평을 그리는 듯 했다.
게다가 이 망할 놈의 뉴욕 거리는 치수도 엉망-_-
비가 쏟아지니 인도까지 물이 넘쳐나서 무슨 계곡에서 물 건너는 기분까지 들었다-_-
우산이 의미가 별로-_-없었다.
천둥소리가 우리나라에서 보다 좀 더 가까이서 격렬히 들리는 것 같고
소리의 패턴도 달랐다.
집 문을 열고 들어오니 "와, 살았다."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바지는 완전히 젖어서 물에 퐁당 빠졌다 나온 거랑 똑같은 상태가 됐고 상체도 얼룩덜룩.
여튼 그렇게 겨우 집에 온 뒤 씻고 노트북을 켜면서 창 밖을 봤는데
비가 거짓말처럼 그쳐있었다.
...
뉴욕의 비 스타일은 이랬다-_-
어쩐지 비가 자주 오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우산을 별로 안 갖고 다닌다 했다.
왜냐면 막상 비가 올 땐 우산이 있어도 소용 없거든-_-
그리고 그렇게 평생 올 것처럼 쏟아지다가도 어느 순간 딱 그친다.
나도 그 뒤부턴 우산 안 들고 다니고
비 오면 잠시 건물 안에 있다가 그치면 나오는 전략을 썼다 ㅋㅋ
연구실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랑 책자에서 주워들은 것 중에
에버크롬비라는 곳이 있었다.
독특한 컨셉의 청바지 가게란다.
좌표 찾아서 쭐래쭐래 찾아갔다.
아. 잠시 좌표 얘기를 해야겠다.
영어 교재에서 몇 번 봤던 애비뉴, 스트리트로 구성된 격자를 맨하탄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뉴욕을 탑뷰에서 봤을 때 남북 좌표를 스트릿으로, 동서 좌표를 애비뉴로 쓰고 있다.
남동쪽 구석 1번 애비뉴, 1번 스트릿을 시작으로
12번 애비뉴, 191번 스트릿의 북서쪽까지 도로가 격자로 되어 있다.

△ 붉은 것이 애비뉴, 푸른 것이 스트릿 번호. 아래의 도시 계획 이전의 거리 이름은 지멋대로임 ㅋ
방위만 알면 현재 위치와 목적지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라지만 지하철역에서 올라와서 어디가 스트릿 방향이고 애비뉴 방향인지는
알기 쉽지 않았다 ㅋㅋ
그래도 훌륭한 시스템인 듯.
서울에서 길 찾을 때보다 가이드가 하나 더 있는 느낌이랄까.
여튼 다시 뒤로, 에버크롬비를 찾아갔다.
듣던 대로 입구엔 근육 간지남들이 웃통을 벗고 서 있었다-_-
...
그리고 듣던 대로 무수한 여학생들이 그 근육 간지남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더러운-_- 인간 남캐의 몸 따위 관심 없으니 휙 지나침.
가게 안은 어두운 편이고 전시된 상품들 위로 잔잔한 황색 빛의 조명들을 쏘고 있었다.
생각보다 가게가 컸다. 지하도 있고 위로도 3층 정도.
계단으로 왔다갔다하는데 어둡고 사람도 많아서 사람들이랑 안 부딪치게 조심해야 했다.
매장 전체에 향수 냄새가 가득했다.
들어갔을 때부터 나올 때까지 쭉.
음악을 틀어놨는데 소리가 제법 크다.
음악도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간간히 서 있는 여자 직원도 이쁘더군.
청바지들은 되게 다양했으나 이 땐 지갑을 열 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ㅋㅋ
가격대는 예전의 대형 할인마트에 비해 좀 비싼 정도.
조명이 어둡고 흰 색이 아니라서 정작 청바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가 좀 힘들었다 ㅋㅋ
피팅룸엔 잘 볼 수 있게 되어 있을라나?
그러고보니 피팅룸을 살펴보질 못했군.
어느 날 맥주 먹자고 얘기가 나와서 밖에 술을 사러 나갔다.
훑어보니 우리나라에서 못 보던 병맥주도 꽤 있었다.
각자 마실 걸 고르는데
미국에 왔으니 가장 미국스런 걸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미국에서 나오는 맥주가 뭐냐고 하니 버드와이저랜다.
근데 갸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애에다가 먹었을 때 맛도 별로였는디.
그래서 어쩔까 하고 딴 걸 보다보니 버드 라이트라는 애가 있더라.

코카콜라 라이트 같은 느낌으로 살 덜 찌는 맥주인가 ㅋㅋ
여튼 우리나라에선 못 보던 애고 버드와이저 친구니까 한 번 먹어보기로 하고 골랐다.
근데 되게 맛있었다 -_-!
뭐랄까... 맥주마다 조금씩 다른 그 맛을 말로 표현하긴 참 힘든데-_-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생맥주에 가까운 맛이긴 한데
약간 고소한 감칠맛이 더해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담부터 맥주 마실 일 있으면 버드 라이트만 계속 마셨다 ㅋㅋ
우리나라 와서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선 버드와이저랑 버드 아이스만 있고
버드 라이트는 없더군. 아쉬비.
알고보니 버드 라이트가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맥주였다.
나의 입맛은 대중적이었던 건가!
술도 그렇고 스테이크도 그렇고 우리나라보다 좋았던 걸 꼽으라면
먹을 것들인 것 같기도 ㅋㅋ
에잇 나이 들면서 확실히 글이 길어진다니깐-_-
오늘은 또 여기까지. 아직 한 두 번 더 써야 끝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