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http://dishdev.me/

△ 아롱이와 나

새 모션 캡쳐를 진행했다.

마커를 붙이고 카메라 셋팅하고 등등...

히터 진동으로 인해 카메라 상태가 안 좋아서

원래 하루만에 끝내려고 했던 일정이 이틀로 늘어났다.

아롱이 말고 비둘기도 2마리 사왔다.

새들도, 사람들도 힘든 진행 끝에 결국 캡쳐를 완료했다.

많이 날아다녀서 힘이 빠진 상태가 되니

아롱이 등에 손을 얹어도 아롱이는 물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내 코랑 아롱이 부리랑 코코코 맞대는 것도 가능했는데

이건 나중에 회복하고 나서도 되더라.

캡쳐 이후,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ㅅ'

△ 올라간다~!

△ 한 발 딛고...

△ 얍.

초롱이는 말이 많아졌다.

안녕~ 안녕하세요~는 지겹도록 했고

혀를 차면서 ㅉㅉㅉ 이리와~ 이런 것도 하더라.

나와서 놀고 싶을 때가 되면 아롱이는 귀를 찌르는-_- 괴성을 지른다.

꺼내기 곤란할 때는 그냥 앞에 가서 먹을 거 주거나

막대기 같은 거 넣어서 놀아주고

나와도 괜찮을 때는 새장을 열어줬다.

그럼 나와서 날아도 다니고 바닥에 걸어도 다니고

알아서 돌아다녔다.

팔 갖다대면 잽싸게 올라오는 건 이제 거의 자동이고

머리 위에 올라오는 건 더욱 적극적이 됐다.

아롱이가 적당한 높이에 앉아있을 때 가까이 가면

머리를 앞으로 푹 숙이고 도약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내가 가만히 서면 내 머리 위로 부드럽게 날아 올라왔다.

앉아있을 때 꼬리를 치면 날아서 도망갔다.

발 위에도 올려서 놀고 배 위에도 올려서 놀고...

코코코도 하고...

계속 있었으면 좋았을 건데 캡쳐가 끝난 이상 아롱이가

연구실에 계속 있을 이유도 없고 연구 환경에도 안 좋고 하니

곧 떠날 것이란 건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새 아주머니에게 연락했는데 시간 될 때 데리러 온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바로 데리러 안 오셔서 며칠 동안 좋았다 (?)

△ 헑?

△ 아롱(이/가) 안경 물기(을/를) 시전했다!

그러던 지난 주, 금요일.

아롱이랑 싸웠다.

집에 가기 전에 밥 그릇이랑 물 그릇 갈아준다고

사람들이랑 같이 새장 옆에 섰다.

초롱이는 새장 위에 올라가 있고

아롱이는 새장 안에 있는 상태.

연구실 형이 노란 긴 고무줄로 아롱이 시선을 끌고

그 사이에 내가 그릇을 비우고 새 해바라기씨를 담아서

넣어주려고 했다.

넣어주려고 하는데 아롱이가 고무줄에서 눈길을 떼고

그릇 쪽으로 오기 시작한다.

해바라기씨 먹으려고 하는 건 줄 알고

그릇을 대줬는데 얘가 그릇 위에 올라왔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그러고나선 얘가 그릇을 들고 있는

내 엄지 손가락을 존나 세게-_- 깨물었다.

물 거라고 생각 못 하고 있던 나는 물리고 나서야

뜨악하면서 손을 거칠게 뺐고 그릇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해바라기씨는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손을 보니 엄지 손톱 위에서 피가 났다.

이 때까지 물려서 피나고 한 적은 꽤 있었지만

이번만큼 맑은 피가 많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피보고 나서-_- 열 받았다.

이자식-_- 왜 밥 준다는데 물고 지랄이야!

꼬리를 쳤다.

날아가서 딴데 앉으면 또 따라가서 쳤다.

지칠 때까지 계속 해줄테다...라고 생각했는데

도망가다가 연구실 형 옷에 매달려서 푸드덕거리고

의자에 날개 부딪히고... 난리치다가 조금 지치니까

이 놈이 새장 안으로 도망가더라.

새장 안에 있으면 꼬리를 칠 수가 없다.

피 난 만큼 화가 아직 안 풀리기도 했고

괴롭히다 보니 그것도 나름 재미(?)있어서

이 놈 죽지 않을 만큼 패 주마-_-! ...라고 생각하며

옆에 있던 30 센치 자를 들었다.

머리를 치려고 하면 부리를 갖다대서 부리를 때리는 식이 됐다.

몸을 찌르는 것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더라.

아무리 새가 날 때 빠르고 물 때 빠르다고 해도

사람이 맘 먹고 하면 사람이 훨씬 빠르다.

부리 때리고 몸 찌르고 부리 때리고 몸 찌르고...

지금 생각해보면 모 게임, 모 캐릭터의 기와깨기 붕권과 같은 느낌-_-

얘는 고개 들어서 머리로 오는 거 부리로 막고

찌르는 거 막으려고 부리 다시 내리다가 못 막고 찔리고

다시 머리로 오는 거 막는다고 고개 들고... 정신 없었을 게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니 아롱이는 횃대에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밀려서 새장 바닥으로 내려갔다.

기가 죽은 건지 경계하는 자세인 건지 구석에서 몸을 푹 숙인다.

이만하면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물지 말라는 말을 알아들으면 좋을텐데...

현실적으로 이런 식으로 밖에 의사표명할 수가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초롱이는 새장 위에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ㅋㅋㅋ

왜 마치 같은 반 애가 선생님한테 혼날 때의 느낌이랄까?

'저...전 아무 것도 안 했어염? ;ㅅ;'

...의 느낌으로 눈만 껌뻑이며 말도 안 하고 정말 가만히 앉아있더라.

근데 초롱이도 새장에 넣어야 되는데 잘 들어가려고 안 했다.

그럴만도 한 게-_- 새장 안에선 아롱이가 완전 열받아 있었다.

자기도 분한지 바닥과 그릇, 새장 철창을 격하게 물어댔다.

심지어 철창 하나는 부러졌다 ㄷㄷ

예전에도 철창 막 물어서 구부러진 건 많이 있었는데 부러지기는 처음이었다.

초롱이 입장에선 지금 괜히 들어갔다가 아롱이한테

무슨 험한 꼴을 당할 지 모르니 쭈뼛쭈뼛할 만도.

(얘들 둘도 종종 크릉거리면서 싸웠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집에 가야 되니 어쩌겠어 ㅋㅋ

손수건으로 초롱이 눈을 가린 다음 장갑을 끼고 잽싸게 들어서 넣었다.

문을 잠그고 한숨 돌리며 주위를 보니

문제의 해바라기씨 그릇은 난리 중에 연구실 누나가 채워서 넣으셨고

바닥의 해바라기씨들은 여전히 널부러져 있고

아롱이는 계속 씩씩대며 거칠게 철창을 물고 있었다.

철창 한 칸이 부러져서 넓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그 틈으로 얘들이 나올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

일단은 놔두기로 했다.

기분이 안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내내 생각했다.

이제 나랑 아롱이 관계가 틀어졌으니

아롱이 보내도 되겠다고 랩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내 손을 장난 아니게-_- 세게 물었으니 뭐라고 한 거고

그렇다고 아롱이가 싫어진 건 아니었다.

다음 날은 보통 연구실 안 가는 토요일이긴 한데

가서 어떻게든... 뾰족한 수는 없지만.

평소처럼 먹을 것도 주고 열어서 놀아주고 하면 화가 안 풀릴까.

으음.

여튼 그 날도 뭘 했는지 늦게 잠이 들었다.

깨보니 오후 2시 정도?

폰을 보니 랩짱 누나의 부재 중 통화가 오전 시간으로 찍혀있다.

무슨 일이지?

전화해보니 새 아주머니께서 오늘 새를 데리러 오기로 하셨단다.

근데 연구실 문 열어줄 사람이 필요하니 나한테 전화를 했었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 이미 랩짱 누나가 연구실에 가 있으시다는 거.

그리고 아주머니는 곧 도착하신단다.

어!!??

잠시 멍 때리고 있었다.

... 아니 이때까지 가만 계시다가-_- 하필 주말인 오늘 왜...

지금 출발해도 가기 전에 보기는 늦었다.

아 제길... 일찍 일어났으면 그래도 가기 전에 보고 달래서 보내는 건데.

어떻게 손 쓸 바가 없었다.

월요일에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롱이와 초롱이가 있던 자리는 휑하니 비어있다.

옆에 비둘기 2마리는 구구거리고 있었지만...

새장이랑 장갑, 이동 새장 등등 앵무새랑 관련된 모든 아이템도 다 들고 가신 듯.

그렇게 갑작스레 아롱이는 연구실을 떠났다.

△ 지금 봐도 이쁜 아롱이

화해하고 보냈으면 그래도 좋았을 건데 이렇게 떠나니까

뭔가 빠진 상태로 끝을 맞이한 것 같다.

나랑 다투어서 연구실에서 새 아주머니에게 다시 보내버린 걸로

아롱이가 오해하고 있지 않을까.

콜라

메로나

피자

오렌지 쥬스

함박 스테이크

쿠크다스

뻥튀기 과자

아롱이한테 줬었던 일상적이지 않은(?) 음식들이다.

특이한 거 줄 때마다 적어두었다.

오래 있었으면 다른 것들도 많이 먹였을 건데.

혀가 발달해 있어서 단맛을 아는 건지

귤, 콜라, 메로나를 주면 새 주제에 되게 좋아하면서 먹었었다.

그랬었는데...

이제 보지도 못하고 먹을 걸 주지도 못하게 됐구나.

보고 싶다 아롱아 ㅠㅠ

  1. 디지츠 2009.12.20 Modify Delete Reply # 해적 타이틀을 획득하셨습니다.
    해적 타이틀을 상실하셨습니다.
    뭔가 애인보다 더 구구절절한데..
    Dish 2009.12.21 Modify Delete # 그렇네용.. 구구절절
  2. JC 2009.12.20 Modify Delete Reply # 그러고보니 전 한번도 초롱이(...)랑 아롱이를 본 적이 없네요.
    사진으로 봐선 꽤 귀엽게 생긴거같은데...
    님이랑 아롱이가 참 애증의 관계로군여 ㅠㅠㅠ[....]
    Dish 2009.12.21 Modify Delete # 이미 느저써
  3. tokki7 2009.12.21 Modify Delete Reply # 츤데레..
    Dish 2009.12.21 Modify Delete # 헐 츤데레라니 무슨 소리야
    난 그저 데레데레일 뿐..
  4. wook 2009.12.21 Modify Delete Reply # 사진은 참 멋지고 훈훈한데..ㅠㅠ
    Dish 2009.12.21 Modify Delete # 읭읭
  5. Ekardnah 2009.12.22 Modify Delete Reply # 코디를 잘 하고 다니는군.
    Dish 2009.12.23 Modify Delete # ... 아롱이?
  6. 샴푸 2009.12.22 Modify Delete Reply # 있을때 잘해(?)
    Dish 2009.12.23 Modify Delete # 그러다가 피 봤잖아
  7. rakhazel 2009.12.30 Modify Delete Reply # 난 네 글을 읽을 때 느껴지는 왠지모를 병맛이 좋아
    근데 구글리더는 이 글을 이제야 퍼오다니..
    Dish 2009.12.31 Modify Delete # 최근에 DNS 문제 때문에 접속이 잘 안 됐었음 ㅋ
  8. sikh 2010.01.01 Modify Delete Reply # 솔로가 되셨군요
    ...
    Dish 2010.01.03 Modify Delete # 외롭네여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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