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는 이야기. 거기 서라 버스!
| 두근두근 | 2009.10.01 |
요새 수업 듣는 거 하나가 되게 빡세다.
그나마 대학원생이라서 들을만 한 듯 -_-;
학부생 때라면 절대 드랍했을 거다.
전기과의 "신경 보완기술"이란 수업인데 그... 뭐냐.
확장 현실이라고 하던가.
매트릭스 같은 거.
사람 신경을 후킹해서 생각과 느낌을 조절할 수 있는 쪽에
관심이 있어서리 비슷한 걸 할 것 같아서 수강신청했다.
들어보니 그 스티븐 호킹의 보조 장치라든지
시각을 잃은 사람을 위한 임플란트,
청각을 잃은 사람을 위한 임플란트 같은 쪽을 알아보는 수업이었다.
임플란트들이 전자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내가 듣고 싶었던 것과 방향이 같았다.
전문적으로 파고들기 보단 이러이러한 게 예전에 있었다,
하고 넘어가는 수준.
근데 100% 영어로 수업이 진행 된다.
그래, 그건 그럴 수도 있다.
영어 수업은 사실 예전에도 듣긴 들었으니.
근데 수업이 그냥 들으면 되는 게 아니라 디스커션으로 진행된다.
매일 책의 일부를 읽어가서 영어로 얘기해야 한다.
그래, 그건 그럴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영어로 얘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으니.
근데 그냥 읽어가면 되는 게 아니라
수업 갈 때마다 A4 용지로 한 장 영어로 글을 써가야 한다.
읽은 내용 요약하고 궁금한 거나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적고.
...
그래, 그건 그럴 수도... 이...이 쯤 되면 너무 빡세-_-
갈수록 익숙해져서 빨라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영어로 된,
전문용어가 그득한 책 5쪽 정도를 읽고 A4 한 장 정도의 내용을
또 영어로 쓰는데는 최소 3, 4시간 정도는 걸린다.
일주일에 수업 2번 있는데.
화, 목이라 화요일 수업하고나서
목요일 수업 준비하기는 한층 더 빡세다-_-;
한 번 수업 듣는데 4시간 정도를 준비한다니...
이때까지 이런 수업은 한 번도 없었는데.
휴.
여튼 아직 잘 버티고는 있다.
덕분에 생활이 피폐해져 가고 있는 것 같지만 ;ㅅ;
어제도 영어로 글 쓰다가 새벽 3시에 잤다.
오늘 아침 10시 반이 수업이었거든.
그래도 오늘 아침엔 꾸역꾸역 일어났다.
사실 게임 제출하고 고향 갔다오고 나서 멍한 상태로
지난 이틀 동안 수업을 빼 먹어서 죄책감이 Orz
9시 반에 깨서 9시 55분에 집에서 나왔다.
막 뛰었다.
9시 50분에 나와야 안전한데 55분에 나와서 (...)
10시에 직행 셔틀버스가 출발하는데 이거 놓치면 보통 늦는다.
게다가 글 쓴 거 프린트도 해가야 해서.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단번에 3개씩 내리 뛰고
천천히 걸어가는 여러 관악구 시민들을 뒤로 제치고
다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섰는데.
줄이 길다-_-
으. 여기 에스컬레이터는 느리기로 유명하다.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빌어먹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규정에 어긋난다면서
저속 운행한단다. 진짜 느려터져서 얼마나 항의 민원이 많았는지
규정 때문에 그런 거라고 벽에 써 붙여놓기까지 했다.
빨리빨리 근성이 만연한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이렇게 에스컬레이터를 빌빌거리게 만들 규정이라면
그 규정의 존재 자체가 범죄다, 망할 공무원들아!!
...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별 수 없이 줄 뒤에 섰다.
줄이 천천히 줄어들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지만 빌빌빌빌.
사람들이 들어차 있으니 뛰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동동.
폰 시계를 보니 59분. 이건 망했다.
다 올라오니 저 앞에 셔틀버스가 보인다.
곧게 뻗어있는 도로라 바로 보이기는 하는데 문제는 지하철 역과
셔틀버스 사이엔 택시 정류장, 시내버스 정류장, 빠리바게뜨,
맥도날드, 미소야, 바이더웨이 등등...이 들어차 있을 정도의 거리가 있다!
시계를 보니 아직 59분이다. 경험상 저 셔틀은 10시 되면 칼 같이 출발한다-_-;
한 3초 쯤 고민하다가 뛰기 시작했다.
시내버스 줄이 길게 여럿 있는데 사이사이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버스는 아직 멈춰있다.
저 앞에서 다른 학생 한 명이 헐레벌떡 올라타는 게 보인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백미러로 필사적으로 뛰어오는 빨간티를 입은 내 모습이 보였을 건데-_-;
무심한 버스는 빨간 브레이크 등을 내리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쿨럭.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지만 버스는 이미
"니가 뭐라고 해도 나는 절대 브레이크는 밟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까지 가속된 상태다.
윽.
바람맞은 남자마냥
잠시 멍 때리고 서 있었다.
흑흑...
이런 시츄에이션 왠지 쪽팔려서 평소엔 버스 잡으려고 이렇게 잘 안 뛰는데-_-
아 젝1 그래도 숙제도 존나 열심히 했는데 늦을 순 없지.
택시를 탈까했는데 버스가 저어 앞에서 멈추는 게 보인다.
때는 늦은 출근 시간, 아직 차가 많다.
신호와 많은 차들이 나를 위해(?) 셔틀버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왕 평소에 안 한 짓한 거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본부 셔틀버스 줄이 따로 있는데 이번엔 그 줄이 나를 가로막았다.
이리저리 헤치고...
다행히 내가 문 앞에 설 때까지 버스는 가만히 있었다.
문을 두드리면서 열어달라고 했다.
문이 열리고 나는 헥헥거리며 타고는 고맙다고 했다.
기사는 내가 아저씨라고 불러서 그런지 심드렁하게 별 반응이 없었다.
여튼 무사히 탔으니 다행이었다-_-
땀이 좀 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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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아침에 땀나면 종일 짱나는데
우리말로는 보통 증강현실 이라는 괴상한 단어로 쓸듯-__ Augmented Reality 맞져?음 맞아 증강현실! 단어가 기억 안 났다 ㅋㅋ -
중간에 문 열어 주는거 겁나 귀찮어 하징...
근데 그 고맙단 인사를 받아버리면 다음에도 열어주겠단 이야기가 되버리니 무시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네.
총총... 왠지 츤데레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
나는 잘 뛰는데... ㄲㄲ
버스 타고, 내릴 때라던지 저럴 때 말야,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 해주면 굉장히 좋은거 같아.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 모두에게 말이지.
캐나다에 갔을 때 사람들이 버스 내릴 때 'Thank you~' 라고 기사한테 들리게 큰소리로 말하는게 첨엔 좀 이상했는데 지내다 보니 괜찮아보이더구먼. 한국에서도 종종 '감사합니다~'하면서 내리는데(사람이 겁나 많을 때는 위축되서 못하겠어... orz) 기사님도 상당히 좋아하시는거 같더군.ㅇㅇ 미국 나가보니 간단한 인사를 우리나라보다 더 자주 하더군.
너도 그런 거 위축되니 ㅋㅋ -
다이내믹 코리아의 다이내믹한 아침을 사는 dish -
하루에 백번봐도 백번 왑쪕 하는 미쿸의 인사문화 ㅇㅇ 요새는 다시 인사하기 귀찮아졌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