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http://dishdev.me/

짐이 빨리 안 나와서 한참 기다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다른 짐들을 구경하는데 웃긴 걸 발견했다.

대부분의 짐은 캐리어 가방인데 너저분해 보이는 골판지 상자가

테이프를 칭칭 두른 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 면엔

OO 떡집

...이라고 적혀있었다-_-

저건 한국인이 가져가겠군.

숙소까지 픽업 요청을 미리 해둬서 차가 왔는데

밴이 아니라 세단이 왔다.

사람이 다섯 명에 짐도 다섯 개인데!

중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모양.

별 수 없이 끼어 탔다.

기사는 이민 온 한인 아저씨인데...

이래저래 말을 건다.

2줄 요약하면

신종 플루 미국에선 신경 쓰지도 않는데 한국에서만 난리임.

이명박은 잘 하고 있는데 왜 요새 난리임?

... 정도.

운하만 안 파면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도로는 큰 감흥이 없었다.

지나다니는 차종이 다르긴 하지만

검은 아스팔트, 초록색 표지판 모두 똑같다.

물론 표지판에 적혀있는 것도 영어-_-이긴 했다.

도심에 들어왔다.

고층 건물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이국의 느낌이 이제서야 들기 시작한다.

오래된 고층 건물들이 모여있는 건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니.

횡단보도 신호등도 파란 불, 빨간 불이 아니라 흰 사람 아이콘과 주황색 손 아이콘이었다.

△ 손이라니. 멈춰! ...인가.

△ 살짝 이런 느낌도 들었다.

근데 역시 "뭔가 빤짝빤짝 선명한 느낌"은 HDR 이미지의 힘이었나-_-

뉴욕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칙칙한 회색 빛의 도시로 다가왔다.

도로도 건물도 낡은 게 많다.

건물 사이에 틈을 안 주고 지어서 재건축을 못 한다는 말도 있던데...

여튼 전반적으로 슬럼슬럼했다.

숙소도 역시나 그닥 ;ㅅ;

싼 곳 고를 때부터 각오하긴 했지만...

에어컨도 영 시원찮고 벽도 낡고.

옛날엔 벽난로를 때던 건물이었는지 한 쪽에 벽난로 막은 흔적이 지저분하게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졸라 후졌어-_-

외국에선 샤워할 때 밖에 물 안 튀게 해야한다...는 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샤워기 있는 곳 문짝도 제대로 안 닫혀 ㅋㅋ

내가 차지한 침대가 빵빵한 에어쿠션이라 재미있긴 했다.

정신줄 놓고 앉아있을 때 딴 사람이 쿠션 밟으면 튕겨난다 ㅋㅋ

가서 이틀 정도는 같이 간 랩 사람들과 같이 다녔다.

미국 길거리가 "위험하다"는 말에 예민하신 분도 있었고

다 같이 갈만한 곳이 몇 군데는 있으니.

처음 간 곳이 BBQ 레스토랑이었나. 꽤 큰 식당이었다.

낯선 곳에 막 떨어진 거라 시야가 좁았었는데

식당 의자에 앉으니 조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우리나라에선 가끔씩이나 볼 수 있는 흑인, 백인들이 우글거린다.

중동, 동남아 쪽에서 온 듯한 사람들도 있고 우리 같은 황인들도 있고...

그 모든 인종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서 여러 테이블들을 채우고 있었다.

신기했다.

게다가 여기는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차이가 우리나라에 비해 엄청 커서-_-;

피부 색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길이, 굵기, 옷 입은 거...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만큼 다양했다.

관광객도 많으니 더욱 그럴 듯.

미국이 온 세계 사람들의 집합소라는 말이 실감이 된다.

유럽에 가보진 않았지만 미국처럼 흑백황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있을 것 같진 않았다.

미국에 있는 내내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만해도 꽤 재미있었다.

여튼 음식을 시켰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웬만큼 있을 거 다 있고

내가 평소에 서양식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메뉴는 익숙했다.

한 사람당 메뉴 하나씩 시키고 맥주를 주문했다.

생맥주를 "draft beer"라고 하더군.

근데 다들 피곤해서 그런지 맥주는 별로 먹지 않았다.

그리고 음식이 나왔는데...

엄청 많다-_-

어느 정도냐면.

왜 그.

우리나라에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 가면

납짝한 스테이크 메뉴가 있고

갈비뼈에 고기 붙어 있는 베이비 백 립이란 게 있고

양파 튀김 어니언 링이란 게 있다.

내가 시킨 메뉴는 립 스페셜인가? ...하는 이름이었는데

스테이크와 립이 같이 나온다고 해서 그걸 시켰었다.

가격은 18불.

이 정도면 우리나라 아웃백에선 스테이크 하나 시키거나

립 하나 시키거나 어니언 링 두 개 시키거나... 그 정도.

근데 이거 립 스페셜 하나 시키니까

스테이크 + 립 + 어니언 링이 우리나라에서 각각 하나씩 시킨 정도가 한꺼번에 나온다 -_-;

어니언 링은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따로 하나 시키기도 했는데

웬만한 메뉴에 어니언 링이 디폴트로 다 따라나와서 ㅋㅋㅋ

따로 나온 어니언 링은 찬 밥 신세. 엄청 남기고 왔다.

양만 많은 게 아니라 맛도 좋다!

아아 ;ㅅ;

이때까지 아웃백 스테이크 맛 없다는 말은 많이 들었었지만

스스로 실감하고 있진 못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먹어보니 알겠더라.

미국에서 스테이크 먹으면 진짜 맛있다 -_-;

마침 거기가 스테이크를 잘 하는 게 아니었다.

어딜 가도 스테이크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

△ 값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스테이크!? ...라지만 사실 값은 별로 안 싸다 ㅋㅋ

이것이 국산의 위력인 걸까.

사실 우리나라에선 한우 스테이크가 아닌 이상 다 물 건너 온 거라

이미 맛탱이가 좀 간 애들이라고 봐도 (...)

미국에서 먹으면 미국산 쇠고기도 국내산!

훌륭했다 ;ㅅ;

이번에 미국 갔다와서 미국에서 사는 것도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었는데

스테이크-_-가 거기에 제법 큰 공헌을 한 듯하다.

한 가지 생각 외였던 건.

예전에 레어를 한 번 먹어보기 전까진

고기가 덜 익으면 질기고 맛이 이상할 것 같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스테이크는 덜 익힐 수록 부드럽고 맛있는 것 같더라!

그 이후부터 난 레어 빠(...)가 되었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고.

우리나라엔 소고기 스테이크를 레어~미디엄 수준으로

살짝 익혀 먹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레어~미디움을 시켜도 서양에서 익혀 먹는 수준보단 더 많이 익혀준다,

외국에서 레어시키면 진짜 겉에만 살짝 익혀서

피 뚝뚝-_-떨어질 정도로 해서 준다!

...라고 해서 오오 드디어 본토의 레어를 맛볼 수 있는 것인가!?

...하고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우리나라랑 비슷하더만 뭐 - 3- ...

미국에서도 레어~미디엄만 시켜 먹었는데 익힌 정도는 우리나라랑 비슷했다.

여튼 맛도 양도 훌륭했기에 나중에 혼자 가서 또 먹었다!

물론 도저히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에

점심 저녁을 한쾌에 해결하는 전략으로 ㅋㅋ

그 식당이 유독 음식을 많이 주는 게 아니라

뉴욕 식당의 일반적인 양이 그랬다.

뉴올리언스 가기 전까진 어딜 가서 뭘 시키더라도 많이 나왔다 -_-;

샌드위치나 햄버거가 우리나라의 밥 같은 주식인 것 같았는데

그런 것 마저도...

뉴욕에서 먹은 것 중엔

오직 1불짜리 테이크아웃 피자와 맥도날드 빅맥 세트만이 한 끼로 적합한 양이었다.

빅맥이 양이 적은 건 의외였다.

수퍼 사이즈 미의 주인공(?) 빅맥 주제에 흐음.

우리나라랑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서 가서 빅맥 셋트를 시켜봤는데

음료가 우리나라보다 크고 (우리나라의 라지 사이즈)

빅맥 생긴 게 우리나라보다 더 이쁘다-_-는 거 빼면 똑같았다.

생긴 게 거의 메뉴 디스플레이와 흡사했다 ㅋㅋ

△ 좋...좋은 퀄리티다

그리고 얘네는 버거랑 음료, 감자튀김이 같이 나오는 걸 셋트가 아니라

"meal"이라고 하더라. 단품만 나오는 건 "sandwich"고.

...

이거 뭐 먹을 거 얘기만 해도 끝이 안 나네.

여기서 끊고 다음에 또 - 3- ~

  1. 2009.09.09 Modify Delete Reply # 억 영대선배 뉴욕살아?
    Dish 2009.09.09 Modify Delete # ... 임마 우리 못 본지 오래 되긴 했지만 그렇게 오해까지 하시면 골룸 ㅋㅋㅋ
    학회 일정 때문에 뉴올리언스에서 10일 정도 있어야 했고 학회 가기 전에 뉴욕에서 5일 정도 놀았음~
    7월 말 ~ 8월 중순 때 얘기.
  2. rakhazel 2009.09.09 Modify Delete Reply # 양키 고홈
    Dish 2009.09.10 Modify Delete # 아이리쉬 꼬꼬마가 어디 와서 설침?
  3. tokki7 2009.09.10 Modify Delete Reply # 그나저나 쉑쉑버거먹어봤뉘
    Dish 2009.09.10 Modify Delete # 헐 그게 뭥미?
  4. 오마이 2009.09.11 Modify Delete Reply # 고기맛 제대로 아네~
    한국에선 돼지고기로 만족혀.
    외국인들이 울 나라와서 더저히 이해안되는거이 쇠고기가 돼지보다 헐 비싸다는거야.
    희소성 때문인가?
    오마이 어린시절 젤 귀한 과일이 바나나였쓰.

    유럽에는 '검은애들'보다 황동색의 아랍인들이 많았던거 같으.
    직접경험 함 하고나니, 티비에서 미국풍경나오면 시각 뿐아니라 다른 감각이 익숙함-친밀감을 자아내는거 같지?
    전세계를 다 돌아다닐 수 없으니 맛배기로 몇군데 돌고나면
    직접경험 간접경험 다 뒤섞여서
    안가본데도 가본걸루 착각혀.
    돈 굳는거지.ㅋㅋ
    여행 후 한달만에 여행기 줄줄이 나오네.
    Let me know the details of your conference in New Orleans( check the name of the city~), please~
    Dish 2009.09.12 Modify Delete # TV를 안 봐 (...) ㅋㅋ
    우리나라에선 소가 돼지보다 키우기 힘들어서 그런가 - 3- ..
  5. 영탱탱볼 2009.09.11 Modify Delete Reply # 미국 극장문화도 우리랑 엄청 다르던데 ㅋㅋ 건물밖에서 표 끊어서 첨부터 표 내고 건물로 들어가면 아무 영화나 볼수있음[..]

    콜라 큰거 달라고 했더니 맥주 피쳐만한걸 주던 [...
    Dish 2009.09.12 Modify Delete # 그래서 그때부터 콜라 마니아가 된 것인가
  6. 헨타이야메떼 2009.09.11 Modify Delete Reply # 고기!
    Dish 2009.09.12 Modify Delete # 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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