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루한 하루가 시작되었도다
| 나, 노래 | 2009.03.31 |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 한다.
밤에 일찍 자려고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아 늦게 자게 된다.
이런 말을 하며 일어나도 참 잘 어울릴 것 같다.
오늘도 지루한 하루가 시작되었도다.
할 일은 많지만 외모도, 대인관계도, 일도, 작업도 모두 슬럼프다.
유재를 통해 UMC라는 래퍼를 알게 됐다.
몇 개 들어보니까 좋아서 어제 2집 사왔다.
퉁명스럽고 남을 가르치려는 듯한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
자영이란 노래에 이런 가사가 참 와닿더라.
일이 잘 안 풀리는 아는 가수 지망 동생과의 대화가 주제다.
기획사 때문에 아님 연기력 때문에 가창력 때문에 아님 춤실력 때문에 곡이 안 좋아서
아니 외모가 딸려서 몸매가 안 돼서 아님 이슈가 안 터져서
작품이 안 좋아서 아님 홍보가 딸려서 널 밀어주는 사람들의 스펙이 딸려서
아니 넌 돈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영혼을 팔지 않았어 그게 이유라고
니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해도
겉보기에 멋진 능력이 있어도
영혼을 팔기 전까진 결코 행복한 날은 오지 않아
행복하기 위해선 영혼을 팔아야한다는 내용의 가사가,
내 입으로 부를 때마다 가느다란 전율을 만들어낸다.
게임에, 수능에, 여자에.
이때까지 살면서 몇 번씩 영혼을 팔아 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은 팔 영혼이 없는 걸까.
이대로 나태하게 살아가도 되는 걸까.
이제 서울대 나왔고, 아버지 돈 많고,
내가 딱히 특출나지 않아도 아버지한테 좀 잘 보이고 살면
한국이란 사회에서 모나지 않게 무난히 살기엔
충분한 위치에 이미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할 수 있다니 나도 참 더럽게 축축 늘어진 상태인가보다.
뭐 잠시 이렇게 지내는 건 괜찮겠지.
이제 4월, 운동 센터도 공사 끝나고 재개장해서 스쿼시도 등록했다.
이제 전 집 주인한테서 못 받은 전세금 받아서 지금 집 보증금 메우고
치과 가서 사랑니 뽑고
신청한지 엄청 지난 학생증 발급되면 받고
게임 만들던 거 정리하고 랩에서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 완성하고
주문한 TV 오면 달아놓고 Wii도 사서 달고 XBox도 도로 가져오고
늦어버린 집들이 한 번 하고 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다시 영혼을 팔 수 있는 상태의 나로
그렇게 될 수 있겠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돼야 해.
남들이 얘기하는 행복의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결코 평범하게 시간을 때우며 살다 가고 싶진 않으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