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물론 사실 아이스 스피어 마스터 되기라든지 이쁜 여성 유저랑 놀기 등의 목표도 있긴 했다(?)
드래곤 실드를 직접 만드는 건 재료 문제나 제작 기술 문제 등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걸 사야하는데... 드래곤 실드는 800만 골드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보통 몬스터 하나는 0~1000골드 정도를 준다.
그리고 한 사람이 한 시간에 20만 골드 정도 벌면 꽤 괜찮게 버는 정도이다.
그렇게 해도 40시간 동안 해야 된다. 휴. 고지가 멀어 보인다.
그래도 서브 목표였던 아이스 스피어 마스터가 된지 며칠이 지난 날,
쓸데없다고 판단되는 곳엔 절대 돈을 쓰지 않고
계속 돈을 꼬박꼬박 모아왔기에 은행 잔고는 800만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슬슬 드래곤 실드 파는 사람을 찾아봤다.
가격만 떠볼 생각으로 쪽지를 했는데 "님아 제시염"이라고 답장이 와서 "700"을 불렀더니
이 사람이 "요즘 재료값만 해도 2400이고 3천 아래론 구하기 힘들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웬 날벼락
... 사실 처음 800만 정도 모을 때까진 여러 외부적인 도움이 있었다.
예전에 아는 괴수 선배가 줬던 100만 골드 정도의 돈과
재수좋게 200만 골드 정도의 염색약을 얻어 판 것 등.
그렇게 해서 겨우 800정도 모았더니 3천이라니!
막막하다.
그래도 그만둘 순 없었다.
살아있는 이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걸 멈출 순 없다.
내 캐릭터의 현재 능력으로 시간당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매일매일 자료를 찾아보고 궁리했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노는 게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걸 깨닫고
사람들이랑 수다도 떨고 길드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노는 것도 돈 버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활동은
가능하면 배제했다.
많은 유저들이 던전을 도는 건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혹은 그냥 심심해서...지만
나에게 던전을 도는 건 내 능력으로 돈을 가장 빨리 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려고 했다.
...라지만 사실 좀 가렸다.
마비에서 돈 번다고 혈안이 되어있던 어느 날
"시간당 마비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라고 IRC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과외한 다음 현질 ㄱㄱ"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정답-_-;
100만 골드가 현실 돈으로 5천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으니
과외 1시간에 3만원 쯤 번다고 치면 시간당 골드 수입 600만 골드!!
...하지만 왠지 그건 반칙 같아서 하지 않았다.
어떤 MMORPG를 할 때보다 사람들과 활발히 거래 활동을 해왔다.
지난 학기에 들은 경제학개론의 기본 정신, 거래는 모든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에 기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대 효율의 생산 활동을 하고 가능하면 폭넓은 정보를 기초로
내 생산 활동에 도움이 되는 물품들을 다른 사람들과 거래함으로써 최상의 효율을 누리고자 하였다.
(경제학개론은 정말 훌륭한 과목이다! 평점은 B- 받았지만...)
내 캐릭터는 마비노기에서 보기 힘든 순수 마법사.
마나 포션 값과 마법 원드 수리비로 먹고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기도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나는 마법사가 다른 직업에 비해 잘 돌 수 있는 던전을 찾고
가능하면 싼 가격에 마나 포션을 조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거래 게시판을 둘러봐야 했다.
여튼 그러다보니 마비노기 경제에 대한 안목도 생기고
물건 시세에 대한 정보도 다른 사람들보다 꽤 잘 알게 됐다.
그래서 드래곤 실드가 3천 아래로 구하기 힘들 거란 그 사람의 말은 거짓말이었단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800만 정도가 시세란 것도 아니었다.
그 정보는 굉장히 오래 전의 시세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드래곤 실드를 팔려는 사람이나 산 사람 등 가리지 않고 수소문해 시세를 알아본 결과
1800~2천만 정도면 내가 원하는 정도의 드래곤 실드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드래곤 실드 몸통의 색깔, 가운데 눈알의 색깔, 인챈트, 내구도 등으로
가격 차이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입고 다니는 주황색 옷에 어울리는
평범한 갈색 표면의, 보통 성능의 드래곤 실드면 충분했다.
... 얼마나 던전을 돌았을까.
드래곤 실드란 명확한 동기가 없었더라면 절대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비노기에 접속해서 던전을 도는 게 일상이었다.
뭔가 현실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일이 생겼을 때
'으으, 이 시간에 던전 돌면 얼마는 버는데...'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_-;
사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현실의 시간이 이정도 값어치가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 시간동안 만큼은 예전보다 더 충실히
지내는 경향도 좀 생기긴 했다.
나를 "멍청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꼬마 아가씨가 있는데
걔가 뭐 하냐고 물을 때마다 맨날 "응, 오늘도 던전이다."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것 역시 일상이었다.
처음 만났을 땐 자주 같이 놀았는데 드래곤 실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단 걸
알게 된 이후엔 예전보다 빡세게 던전노기를 하느라 그러기 힘들었다.
조금 미안? ...하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달려오기를 계속하던 어느 날.
펫 가방에 가득 찬 수표들의 총합이 얼마인지 알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다보니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래곤 실드를 샀다.
요즘 비싼 물품 거래 사기가 꽤 많아서
(수표 액수 제한이 있어서 한 번의 교환으로 거래할 수가 없어서 문제가 생김)
판매자랑 폰 번호를 교환하는 등 삽질이 좀 있었다.
내구도는 보통의 것보다 좀 낮지만 방어력은 더 좋은 것이었다.
2200만 골드에 거래했다.
현실 돈의 가치로 보면 11만원 정도.
드래곤 실드 살 돈을 모으고 나서도 적당한 판매자를 찾고 거래하는데도 시간이 꽤 든 것 같다.
여튼 그토록 원하고 갈망하던 드래곤 실드를, 드래곤 실드를 얻었다.
기뻤다.
근데 막 그렇게 감격스럽거나 하진 않더라 ㅋㅋ
"드래곤 실드를 갖고 싶다."는 최초의 감정 하나를 제외하면
이를 이루기 위한 모든 활동들을 효율성을 위해 지나치리만큼 이성적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차분했다.
드래곤 실드 착용하고도.
전투 모드.
왼손에 든 것은 인생의 목적, 오른손에 든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열정이다.
사람들이랑 "드실 사는 게 삶의 목표니 그거 이루면 캐삭하고 접으면 됨 ㅋ" 이랬었지만
농담이었다 ㅋㅋ 드래곤 실드 산지 꽤 됐는데 아직 마비노기는 계속 하고 있다.
예전처럼 그렇게 엄청난 집착으로 하고 있진 않지만.
휴.
두 달 간의 긴긴 여행이었다.
2009년 2월, 나는 이제 마비노기의 세상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나에게 현실에서의 드래곤 실드는 뭘까.
집?
이쁜 여자 친구?
잘 나가는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것?
대한민국 게임 업계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고 떼돈을 버는 것?
죽기 전에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해보는 것?
뒤에 세 개는 차례대로 이루는 스토리 같긴 한데.
여튼.
원하는 것을 정하고
그걸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목표로한 것을 이루는
그런 삶을 나는 이때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이제 컴퓨터공학 학사가 되고
석사 과정의 대학원생이 되었으니
일단은 업계로 가기 전에 학계에 괜찮은 업적을 남겨놓고 가고 싶다 ㅎㅎ
얏호 >ㅁ</
마비 캐릭터는 참 귀엽구나[?]
훗 전 제 캐릭터 모에임 (...)
마비노기가 뭔지!@#$% 여하튼 '드래곤 실드'가 방패말하는거냐? '지나치리 만큼 이성적으로' 노력해서 얻었다는거지, 글구
" 원하는 것을 정하고
그걸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목표로한 것을 이루는
그런 삶을 나는 이때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는 기특한 다짐으로 이어졌네.
초등1년때 KAL기 타고 서울 갈때 여승무원이 아동 종이접기 선물 주었지.
오마이 졸다가 깨보니, 여승무원이 "여지껏 이거 완성한 꼬마는 처음봐요~~"하더라.
집중, 몰입,
그런 후의 충만감과 헛헛함 . . . 그리고 다음 목표로 . . .
드래곤 실드니까 용 방패지~
헐 드레드노트는 어쩌시고 ...
이제 해야 ㅋㅋ
참 신기해. 완전 모에..
공감 0 ..
... 일본은 게임 캐릭터랑 결혼하게 해달라고 소송도 했다는데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애니 캐릭터 아니었나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아사히나 미쿠루 얘기였던 걸로 기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