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http://dishdev.me/

하루만에, 일어나서 2시간만에 뭔 놈의 포스팅거리가 이렇게 생기는지 -_-;

일단 오늘도 꿈을 꿨는데 졸라 현실적인 꿈이었다.

친구랑 만나서 (여자애) 학교 어딘가를 걷고 있는데

추워서 얘 팔을 슥 잡았거든.

얘가 웃으면서 팔을 빼더니 뒤에 남자친구 후배가 있다는 거야.

아, 그러려니하고 그대로 같이 매점에 들어갔다.

진열대 사이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느닷없이 누가 들이닥쳤어.

높은 언성.

보니까 그 남자친구 후배라는 애 같더라.

키랑 덩치가 크더군.

그러더니 얘를 끌고가서 나한테서 좀 멀어지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얘한테 막 뭐라고 하더라.

후배는 완전히 흥분한 상태.

얘는 후배한테 갑자기 왜 이러냐고 화를 냈지.

후배는 형(얘 남자친구를 말하는 말이겠지)은 지금 불쌍하게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데

다른 남자랑 여기서 이러는 게 말이나 되냐고 계속 언성을 높였어.

나는 갑작스런 일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나서는 게

주제넘는 행동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벙 쪄 있었는데

이 자식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를 발로 차는 거야.

나도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버럭했지.

그렇게 아웅다웅하다가 깼어.

깨고나서 기분이 안 좋았어.

사회적인 지위 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란 게 뭔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나중이었고

일단은 얘에 대한 실제 내 감정과 꿈 안에서의 내 행동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그게 후배란 놈이 나한테만 폭력을 쓴 게 아니라

흥분해서 친구도 그냥 막 거칠게 대했거든.

근데 난 아무것도 못 하고 가만히 서서 그걸 보고만 있었어.

병신 같이.

근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해보니 나는 똑같이 그럴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정말 더럽게 현실적인 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 나는 어릴 적부터 겁도 많았고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나서야할 때 잘 못 나서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번번히 있지.

...라고 자위해도 기분 나쁜 건 여전히.

이런 내가 싫었어.

그나마 꿈이라서 다행이었지.

현실이었으면 자기혐오감에 콱 죽어버렸을 지도 몰라.

이런 꿈도 겪었으니 이제 만약 이런 일이 생기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하고 다짐했다.

생각해보면 내 기억 속에 있던 여러 에피소드들이 재구성된 거란 느낌이 확실히 들더라.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애랑 있었던 일,

연세대 프로그램 외주 클라이언트의 남자친구한테 무례한 문자를 받았던 일,

전날 밤 있었던 강한 자기혐오의 감정,

친구와의 만남과 존재의 리마인드...

갈수록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건지 감을 잡아가는 것 같아 이런 점에선 좋긴 한데.

휴.

어찌됐든 그렇게 깨서 대충 챙기고 나왔다.

1교시 들어가기는 늦었더군. 숙제할 게 있어서 학교에서 할 생각으로.

버스 타는 곳엔 항상 줄이 길게 생기는데

사람들이 주로 타는 버스가 2개라 줄이 2개가 생겨.

근데 줄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합쳐져서 1개인 경우도 많거든.

그럴 땐 일단 거기 서 있다가 버스 오면 알아서 안 탈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탈 사람들은 줄에서 빠져나와서 앞으로 가.

오늘은 그렇게 합쳐져서 1개인 상태더군.

일단 뒤에 가서 섰지.

내가 탈 버스가 왔어. 아니, 사실 난 둘 중 아무거나 먼저 오는 걸 타려고 했지.

여튼 줄어드는 줄을 따라 앞으로 가는데 줄이 영 안 줄어들더라.

보니까 사람들이 막 줄에서 빠져나와서 앞으로 가는 거야.

그래서 나도 빠져나와서 앞으로 갔지. 이거 안 타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하고.

근데 보니까 빠져나온 사람들은 뒤에 이어서 온 또 다른 버스에 타려고 빠져나온 거였고

그대로 줄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타려는 버스를 타려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뻘쭘하게 다시 뒤로 와서 원래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대충 끼어들어갔어.

근데 내 바로 앞에 있는 남자가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더니

"뒤에 가서 서야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거야.

당황해서 아, 원래 서 있었는데...하고 말하긴 했는데.

이 사람은 그냥 앞으로 가더군.

...

뭐야 제길!

이 사람은 아직도 나를 새치기하는 파렴치한으로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보니까 대충 나이는 나보다 많아보여. 한 박사과정 쯤?

나도 가끔씩 새치기하는 사람 보면 뭐라고 한마디 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실제로 해본 적은 없었어. 근데 저 사람은 말한 걸 보니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라지만 난 아니라고!

그래서 버스탄 다음에 그 사람 좀 째려보다가 말 걸어볼까...했는데

그냥 말았어.

뭐 이런 게 내가 사는데 얼마나 영향이 있겠냐, 하고.

쩝.

다음 에피소드는 그렇게 버스를 타고 난 다음 바로 앞에 있었던 여학생과 관련된 일.

버스 타기 전에 줄에서 봤던 여학생인데 꽤 이뻤어.

근데 내가 막 좋아할만큼 이쁘지는 않았지.

(내 한참 뒤에 얘가 있는 걸 봤었는데 나랑 바로 붙어서 탄 걸 보면

나는 오히려 줄에서 손해보고 뒤로 온 거잖아 -_-; 근데 저런 시선이나 받고 으...)

여튼 사람들이 꽉 찬 버스라 여학생이 내 앞에 서 있고

나는 바로 그 뒤에서 같은 손잡이를 잡고 있었지.

그냥 있기 심심해서 위 아래로 훑어보(...라고 얘기하니 변태 같긴 한데)는데

뒷모습이 디기 이쁜 거야.

내가 막 좋아할만큼.

사실 뒷 모습이 예쁜 사람은 앞에서 봤을 때 예쁜 사람보다 엄청나게 많지.

뒤에서 보고 설레고 앞으로 와서 보고 현시창이란 걸 깨닫는 건 불쌍한 인간 남캐들의 일상이지.

응. 여튼 문득 맨날 싸우고 헤어지고 하면서 다시 사귀고 하는 바보같은 사랑을 하는

커플이 이 세상에 있는 이유는 사람은 뒷 모습이 앞 모습보다 예뻐서 그런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너 맘에 안 들어, 우리 헤어져!"하고 버럭한 다음 돌아서서 가는데

멀어져가는 연인의 뒷 모습을 슬쩍 보니 마음이 바뀌는 거지!

그래서 다시 잡고...

... 뭐 참 외모지상주의에 쩔어있는 내가 생각할 법한 생각이긴 하다.

실제로 이런 사랑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든 생각인 듯.

자, 다음은 또 그 여학생 바로 앞에 앉아있던 등산객 아저씨에 관한 거.

우리 학교가 빌어먹을 관악산 국립공원 안에 지어진 멋진 학교라

버스엔 항상 등산객들이 많아.

오늘은 특히 많더군. 타고 있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등산객인 것 같았어.

아저씨가 "학생, 차타는데 피곤해서 공부하기 힘들겠네."라고 하시는 거야.

처음엔 나한테 하는 말인 줄 알고 (사실 좀 광역으로 말씀하신 듯)

아, 네...하고 웃으면서 (즉각적인 대인접대모드...) 그 아저씨랑 눈을 마주치는데

앞에 있는 다른 남학생을 보시더라.

여튼 그 남학생은 이어폰 빼더니 그 아저씨 말을 듣더라.

나도 옆에서 듣고 있었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야 어쩌고...

원래는 지하철 역이 여기 정문 쪽에 있어야하는데

학생들이 데모를 막 해서 막으려고 저기 멀리다가...

이제 학생들 편의를 생각해서 좀 옮길 때도 됐는데...

...하고 서울대 학생 사이에서도 흔히 있는 얘기를 말씀하시더라.

오, 학생들 생각해주시고 막 말도 걸어주시고...

훈훈했어.

...근데 생각해보니 이거 당신들 때문이잖아!!

막 수업하고 회사에선 근무할 시간인데 대체 이 등산객들은 -_-;

버스 복잡하고, 학교 시설 막 쓰고, 등산객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불만은

보편적일 정도.

...

그래도 "당신들 때문이잖아!!"하고 실제로 말하진 않고 속으로만 외쳤어.

에피소드 끝!

글 쓰다보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ㅎㅎ

점심 먹으러 가야지~

  1. 오마이 2008.12.04 Modify Delete Reply # 응, 기분좋아져서 다행이야. 문득문득 스치는 자기 혐오 . . . 엄마처럼 외향적인 사람은 그런거 느끼는 것두 당당하게 말하고 공감을 끌어내고 털어낸다. 근데 울 아들이 덩치에 위축되어 (가상의) 여친을 보호하지 몬해서 꽉 죽고 싶어 지는 상황을 상상하니 우씨~ 여자는 약해도 오마이는 강하다고라, 언 놈이여!!! 선량한 내 아들에게 열등감가지게 한 X 자슥! 상상만 해도 분이 난다고라. " 나서야할 때 잘 못 나서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번번히 있는"거. 누구나 다 그런거야. 그럴때 전유성의 책 제목 맹키로 '조금만 비겁하면 삶은 쉬워진다'를 외우라고. 일단 살고 봐야지, 짜샤.
    여친 보호 몬했다고 죽어버리면 오마인 우짜라고 흑흑.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지 말고 일단 싹싹 긴다음에 상대의 소프트 스팟을 노려서 반격하던가 아님 열라 도망가서 공권력의 힘을 빌려 여친 구하고 악당놈 처벌해야지. 원시적 개인:개인의 원수 갚기는 공권력에 심판을 의뢰한 문명으로 대치 되어야 하는거야. 남자들 사이에 관성으로 남아있는 야만적인 육체의 힘겨루기, 특히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그런 로망은 동물의 세계에나 있는 것이야. 지략으로 이겨야지 무식하게 힘쓰기 몬한다고 열등감 갖지 말거래이~~ 아님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영대까지 모호해 줄 수 있는 튼튼하고 담력 센 여친을 구하던지.
    Dish 2008.12.05 Modify Delete # ... 여친 아냐
  2. 오마이 2008.12.05 Modify Delete Reply # 그럼 머야?
    Dish 2008.12.05 Modify Delete # 여자인 친구 ㅋㅋ
  3. 오양 2008.12.06 Modify Delete Reply #
    접니다 (ㅋㅋ)

    오양 해석 : (저렇게 다정하게 걷는 거만 빼면) 꽤 현실적임.
    영대를 중개로 제게 보내는 경고라고 결론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