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일어나서 2시간만에 뭔 놈의 포스팅거리가 이렇게 생기는지 -_-;
일단 오늘도 꿈을 꿨는데 졸라 현실적인 꿈이었다.
친구랑 만나서 (여자애) 학교 어딘가를 걷고 있는데
추워서 얘 팔을 슥 잡았거든.
얘가 웃으면서 팔을 빼더니 뒤에 남자친구 후배가 있다는 거야.
아, 그러려니하고 그대로 같이 매점에 들어갔다.
진열대 사이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느닷없이 누가 들이닥쳤어.
높은 언성.
보니까 그 남자친구 후배라는 애 같더라.
키랑 덩치가 크더군.
그러더니 얘를 끌고가서 나한테서 좀 멀어지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얘한테 막 뭐라고 하더라.
후배는 완전히 흥분한 상태.
얘는 후배한테 갑자기 왜 이러냐고 화를 냈지.
후배는 형(얘 남자친구를 말하는 말이겠지)은 지금 불쌍하게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데
다른 남자랑 여기서 이러는 게 말이나 되냐고 계속 언성을 높였어.
나는 갑작스런 일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나서는 게
주제넘는 행동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벙 쪄 있었는데
이 자식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를 발로 차는 거야.
나도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버럭했지.
그렇게 아웅다웅하다가 깼어.
깨고나서 기분이 안 좋았어.
사회적인 지위 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란 게 뭔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나중이었고
일단은 얘에 대한 실제 내 감정과 꿈 안에서의 내 행동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그게 후배란 놈이 나한테만 폭력을 쓴 게 아니라
흥분해서 친구도 그냥 막 거칠게 대했거든.
근데 난 아무것도 못 하고 가만히 서서 그걸 보고만 있었어.
병신 같이.
근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해보니 나는 똑같이 그럴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정말 더럽게 현실적인 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 나는 어릴 적부터 겁도 많았고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나서야할 때 잘 못 나서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번번히 있지.
...라고 자위해도 기분 나쁜 건 여전히.
이런 내가 싫었어.
그나마 꿈이라서 다행이었지.
현실이었으면 자기혐오감에 콱 죽어버렸을 지도 몰라.
이런 꿈도 겪었으니 이제 만약 이런 일이 생기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하고 다짐했다.
생각해보면 내 기억 속에 있던 여러 에피소드들이 재구성된 거란 느낌이 확실히 들더라.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애랑 있었던 일,
연세대 프로그램 외주 클라이언트의 남자친구한테 무례한 문자를 받았던 일,
전날 밤 있었던 강한 자기혐오의 감정,
친구와의 만남과 존재의 리마인드...
갈수록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건지 감을 잡아가는 것 같아 이런 점에선 좋긴 한데.
휴.
어찌됐든 그렇게 깨서 대충 챙기고 나왔다.
1교시 들어가기는 늦었더군. 숙제할 게 있어서 학교에서 할 생각으로.
버스 타는 곳엔 항상 줄이 길게 생기는데
사람들이 주로 타는 버스가 2개라 줄이 2개가 생겨.
근데 줄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합쳐져서 1개인 경우도 많거든.
그럴 땐 일단 거기 서 있다가 버스 오면 알아서 안 탈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탈 사람들은 줄에서 빠져나와서 앞으로 가.
오늘은 그렇게 합쳐져서 1개인 상태더군.
일단 뒤에 가서 섰지.
내가 탈 버스가 왔어. 아니, 사실 난 둘 중 아무거나 먼저 오는 걸 타려고 했지.
여튼 줄어드는 줄을 따라 앞으로 가는데 줄이 영 안 줄어들더라.
보니까 사람들이 막 줄에서 빠져나와서 앞으로 가는 거야.
그래서 나도 빠져나와서 앞으로 갔지. 이거 안 타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하고.
근데 보니까 빠져나온 사람들은 뒤에 이어서 온 또 다른 버스에 타려고 빠져나온 거였고
그대로 줄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타려는 버스를 타려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뻘쭘하게 다시 뒤로 와서 원래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대충 끼어들어갔어.
근데 내 바로 앞에 있는 남자가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더니
"뒤에 가서 서야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거야.
당황해서 아, 원래 서 있었는데...하고 말하긴 했는데.
이 사람은 그냥 앞으로 가더군.
...
뭐야 제길!
이 사람은 아직도 나를 새치기하는 파렴치한으로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보니까 대충 나이는 나보다 많아보여. 한 박사과정 쯤?
나도 가끔씩 새치기하는 사람 보면 뭐라고 한마디 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실제로 해본 적은 없었어. 근데 저 사람은 말한 걸 보니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라지만 난 아니라고!
그래서 버스탄 다음에 그 사람 좀 째려보다가 말 걸어볼까...했는데
그냥 말았어.
뭐 이런 게 내가 사는데 얼마나 영향이 있겠냐, 하고.
쩝.
다음 에피소드는 그렇게 버스를 타고 난 다음 바로 앞에 있었던 여학생과 관련된 일.
버스 타기 전에 줄에서 봤던 여학생인데 꽤 이뻤어.
근데 내가 막 좋아할만큼 이쁘지는 않았지.
(내 한참 뒤에 얘가 있는 걸 봤었는데 나랑 바로 붙어서 탄 걸 보면
나는 오히려 줄에서 손해보고 뒤로 온 거잖아 -_-; 근데 저런 시선이나 받고 으...)
여튼 사람들이 꽉 찬 버스라 여학생이 내 앞에 서 있고
나는 바로 그 뒤에서 같은 손잡이를 잡고 있었지.
그냥 있기 심심해서 위 아래로 훑어보(...라고 얘기하니 변태 같긴 한데)는데
뒷모습이 디기 이쁜 거야.
내가 막 좋아할만큼.
사실 뒷 모습이 예쁜 사람은 앞에서 봤을 때 예쁜 사람보다 엄청나게 많지.
뒤에서 보고 설레고 앞으로 와서 보고 현시창이란 걸 깨닫는 건 불쌍한 인간 남캐들의 일상이지.
응. 여튼 문득 맨날 싸우고 헤어지고 하면서 다시 사귀고 하는 바보같은 사랑을 하는
커플이 이 세상에 있는 이유는 사람은 뒷 모습이 앞 모습보다 예뻐서 그런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너 맘에 안 들어, 우리 헤어져!"하고 버럭한 다음 돌아서서 가는데
멀어져가는 연인의 뒷 모습을 슬쩍 보니 마음이 바뀌는 거지!
그래서 다시 잡고...
... 뭐 참 외모지상주의에 쩔어있는 내가 생각할 법한 생각이긴 하다.
실제로 이런 사랑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든 생각인 듯.
자, 다음은 또 그 여학생 바로 앞에 앉아있던 등산객 아저씨에 관한 거.
우리 학교가 빌어먹을 관악산 국립공원 안에 지어진 멋진 학교라
버스엔 항상 등산객들이 많아.
오늘은 특히 많더군. 타고 있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등산객인 것 같았어.
아저씨가 "학생, 차타는데 피곤해서 공부하기 힘들겠네."라고 하시는 거야.
처음엔 나한테 하는 말인 줄 알고 (사실 좀 광역으로 말씀하신 듯)
아, 네...하고 웃으면서 (즉각적인 대인접대모드...) 그 아저씨랑 눈을 마주치는데
앞에 있는 다른 남학생을 보시더라.
여튼 그 남학생은 이어폰 빼더니 그 아저씨 말을 듣더라.
나도 옆에서 듣고 있었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야 어쩌고...
원래는 지하철 역이 여기 정문 쪽에 있어야하는데
학생들이 데모를 막 해서 막으려고 저기 멀리다가...
이제 학생들 편의를 생각해서 좀 옮길 때도 됐는데...
...하고 서울대 학생 사이에서도 흔히 있는 얘기를 말씀하시더라.
오, 학생들 생각해주시고 막 말도 걸어주시고...
훈훈했어.
...근데 생각해보니 이거 당신들 때문이잖아!!
막 수업하고 회사에선 근무할 시간인데 대체 이 등산객들은 -_-;
버스 복잡하고, 학교 시설 막 쓰고, 등산객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불만은
보편적일 정도.
...
그래도 "당신들 때문이잖아!!"하고 실제로 말하진 않고 속으로만 외쳤어.
에피소드 끝!
글 쓰다보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ㅎㅎ
점심 먹으러 가야지~
